(장년층) 라면 1Box에서 찾은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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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3-04 15:38 조회6,8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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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정희

 

누가 사람은 다 존재의 이유가 있고, 또 그런 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했던가?
2011년도 더위도 한풀 지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과 삶의 무게에 한없이 지쳐있었다.
남편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오갈 곳이 없던 우리 부부는 인천 동구의 쪽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나마 꾸준한 일감이 없었던 터라 남편은 나만을 쪽방에 남겨둔 채 돈을 벌겠다며 나가서는 연락두절이 되었다. 그 사이 두 달 치 방세가 밀리고 끼니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지만, 남편은 여전히 연락이 안 되었다.

평소 몸이 약했던 나의 건강은 절망감에 지쳐 10분을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다. 천식과 당뇨, 고혈압, 축농증과 비염 그리고 두 눈은 녹내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다행히 쪽방 상담소의 지원으로 병원에서 진료는 받았지만 병원비 보다 더 비 싼 약값이 부담스러워 치료할 엄두를 못 내고 그저 힘겨움과 서러움에 지쳐 홀로 눈물 흘리며 남편의 소식만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동안 사업실패가 계속되면서 일가친척과 친구들에게 빚을 얻어 살아야만 했고, 채무가 악화되면서 서서히 그들에게 마저 신용을 잃고,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었다.
경제적인 비참함과 힘겨움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이보다 두려웠던 것은 수시로 찾아와 폭언을 하며 월세를 독촉 해대는 집주인이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경기가 날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쪽방상담소에서 김치와 우동 2봉지를 지원하기 위해 집에 방문했다. 어려운 상황을 보시고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3일 후에 고용노동부에서 쪽방에 사시는 분을 대상으로 취업성공패키지 설명회가 있는데 참여를 해보라고 권유를 받았다.
나는 취업보다는 참여만 해도 준다는 라면 1Box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 당시에 라면 1Box도 아쉬웠기 때문에 선뜻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쪽방상담소까지 갈 차비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다행히 상담소에서 집 앞으로 차를 보내준다기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다. 어디를 가려해도 차비조차 없던 내게 삶은 너무나 잔혹했고 그저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었다.
이렇게 취업성공패키지는 라면 1Box로 시작된 인연이었다.
비록 시작하게 된 동기는 비굴하고 초라했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처럼 난 살고 싶었다. 정말 이렇게라도 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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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천고용센터와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기관 인지어스가 개최하는 “쪽방상담소 취업성공패키지 설명회”를 참석하였다. 고용센터 선생님께서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해주셨고 인지어스 상담사의 도움으로 구직신청서를 작성한 후 원하던 라면 1Box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내게 취업성공패키지는 커다란 의미가 없었다. 어찌 보면 참여 동기가 우습고 한심하기도 하며 “그렇게 까지 왜 살아” 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라면 1Box는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었던 나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다음 날,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기관 인지어스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사 서순자입니다.
설명회 당시 구직신청을 받았던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상담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답답한 공간에서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나를 상담해 주시는 분은 비교적 연령이 나와 비슷해서였을까, 웃는 모습이 나의 어머니와 닮아서 였을까, 너무나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내 얘기를 들어 주시고 공감해주셨다. 상담을 마치고 쪽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사업을 통해 나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나도 모르게 생겨났다.
1단계 개별상담을 참여하는 내내 편안했고, 따뜻했다.
체면 때문에 겉모습을 포장하려고 했던 나는 편안히 나를 받아주시는 상담사님 덕분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내 처지를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상담사님은 나의 상황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격려해 주시고 힘을 주시려고 노력하셨고, 그 마음이 온전히 내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몇 푼 안 되는 약값이 없어 실명의 위기에 처한 절망스런 나에게도 프로그램에 참여 하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았다.
무엇보다 집단 상담에 참여하면서 난 절대 비참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큼 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함께 힘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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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진행되면서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너무나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간호조무사! 지금 당장의 상황을 본다면 신중하지 못한 선택일수도 있으나,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할 수 있는 단순일자리 보다는 전문적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하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절망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1단계 상담도중 밀린 월세로 인하여 쪽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고 연락두절의 남편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나는 필요한 짐만을 챙겨 어쩔 수 없이 형편이 어려운 친정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상담사님은 구청의 긴급생계지원을 안내해 주셨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남편 실종신고를 해야 했는데 나는 차마 살아있는 남편을 실종신고 할 수가 없었다. 살아보겠다고 집을 나선 남편의 처지도 가엾기는 마찬가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사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단기일자리를 알아봐 주셨고 충분한 돈은 아니지만 간호조무사라는 긴 과정에 집중하도록 지원해 주셨다.
이런 나의 선택에 상담사님께서는 격려와 용기를 주셨다.
자격증을 취득 할 때까지 6개월간의 수당을 받도록 안내해 주시고 일자리도 끝까지 찾아봐 주겠다는 약속에 난 자신감을 얻고 이를 악물고 과정을 이수하였다. 10개월의 긴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동안 나를 상담해 주시는 상담사님은 교육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교육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중간 중간 전화로 교육 내내 격려를 해 주셨다.
마침내 간호조무사 교육과 실습을 마치고 자격증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상담사 선생님께 이 기쁜 소식에 나보다 더 합격을 기뻐해 주셨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상담사님의 도움을 받아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구직활동을 하면서 몇 번의 실패를 통해서 나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상담사님의 알선으로 면접을 진행하였고 드디어 요양원의 간호조무사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현재 7개월 근속 하여 취업성공수당도 받게 되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나를 바꿔 놓았다. 사업에 참여를 하면서 해보겠다는 의지도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했다.
이는 좀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방법으로 구직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아끼지 않는 지원을 해주신 상담사를 믿고 최선을 다한 나의 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방황하던 남편도 돌아왔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거처도 마련하였다.

나이 45살, 가진 기술 없는 김정희가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하여 간호조무사로 취업을 하였다.
모두들 내 건강상태나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치고 직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나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질책과 타박을 했지만 취업성공패키지는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감히 난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자신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라고……. 조금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찾고 노력하며 인내 하다보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세상에는 늘 보이지 않는 나를 돕는 이가 있음을 기억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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